환영회식사

환영회식사

2012년 7월 4일 수요일

통계로 확인해보는 부익부빈익빈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낳는다는 주장, 어디선가 들어 보셨죠? 얼마 전  대한민국의 소득 양극화와 계층의 고착화 문제에 대해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최근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가난한 사람들의 절대적인 복지도 악화되었는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졌는지 통계 자료를 통해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우선 알아보는 김에 덤으로 소득 10분위 모든 계층의 실질 소득이 최근 어떻게 변해왔는지 계산해 보았어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소득 10분위별 소득을 물가지수로 나누어주어 이를 그래프로 표현했더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다른 계층들은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는 반면, 소득 1분위의 실질소득은 비슷한 수준에 정체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소득 1분위 계층의 실질소득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는 아니네요. 소득 1분위 계층의 실질소득이 감소했던 해는 2004-2005년, 2006-2007년, 2008-2009년, 2010-2011년입니다.

 다음으로 이보다 실제 '생활수준'에 더 가까운 통계자료를 알아보고 싶어서, 각 계층별 소비를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로 나눈 지표(이하 '실질소비'라고 부르겠음)를 한 번 살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1분위와 2분위 계층의 실질소비가 정체되어 있고, 다른 계층은 완만히 상승하네요. 한편 가장 소득이 높은 10분위의 실질소비가 증가하다가 정체되고 마지막에 감소하는 거꾸로 된 U자 그래프를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어요.



 마지막으로, 각 계층별로 소비 행태가 다르기 때문에, 물가지수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 보니, 계층별 물가지수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국회예산정책처에서 2011년 발간한 <소득계층별 물가지수의 차이가 체감물가에 미치는 영향 >에 있는 1분위 피셔지수를 사용하여, 1분위 계층의 실질소득의 추이를 그래프로 그려 보았어요. 아래 제시된 그래프는 2003년 1분기부터 2011년 2분기까지 1분위의 소득을 1분위 피셔지수로 나누어준 값입니다.
 여기에서는 변동성이 크긴 하지만 오히려 완만히 상승하는 추이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제가 이번에 그래프를 그려 보며 내린 결론은, 우리나라에 '부익부' 현상은 있지만, '빈익빈' 현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절대적인 소득으로 보아서는요. 이번 포스팅은 소득불평등 문제에 접근해 본 단순한 '첫 벽돌'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추론에 어떤 오류가 있을 수 있는지, '상대적 소득'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여러 아이디어 부탁드립니다. ^^

댓글 9개:

  1. 1분위소득에 이전소득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이라든지 여러가지 복지혜택)도 포함된것인지 궁금하네요!

    답글삭제
    답글
    1. 통계청 설명 자료에 따르면:

      소득의 범위(사회조사 2009년)
      ○ 소득에는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이전소득 등이 모두 포함된다. - 이전소득이란 정부기관에 의한 연금·유족원호금·육영자금과 개인이 회사(의료보험연합회 등)에서 받는 치료비 등의 사회보장 급부나 기업의 개인에 대한 증여·기부 등과 같이 무상으로 행하여지는 지급을 통해 얻는 소득을 말한다.

      삭제
  2. Stanford Center for the study of Poverty and Inequality에서 발표(?)한 20 Facts About U.S. Inequality that Everyone Should Know( http://www.stanford.edu/group/scspi/cgi-bin/facts.php ) 를 보면 30년 간의 미국의 소득불평등도추이를 50th를 10th percentile로 나눈 자료와 90th를 50th percentile로 나눈 자료를 사용하여 분석한 것이 있습니다( http://www.stanford.edu/group/scspi/cgi-bin/fact1.php ). 이 연구 또한 flyingbunny님과 동일 한 결론을 내고 있네요.
    상위 소득계층과 하위 소득계층의 소득을 중위 소득계층의 그것을 기준으로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flyingbunny님께서 원하시는 '상대적 소득'측정/비교 방법 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 까 하여 글을 남겨봅니다.

    답글삭제
    답글
    1. 더불어 Mark Thoma의 글을 읽다보니(네... 사실 지금 제가 오늘까지 올려야 하는 글을 쓰고 있어요...) "income growth for poor households has come almost entirely via increases in net government transfers", 즉 하위소득계층의 소득증가는 거의 대부분 소득이전의 증가에 기인한다는 조사내용이 있네요. 이 사실은 flyingbunny님의 우리나라 자료에도 적용되는 것일까요?

      Mark Thoma의 글
      http://economistsview.typepad.com/economistsview/2011/01/why-does-inequality-matter.html

      Mark Thoma가 인용한 Lane Kenworthy의 원문
      http://lanekenworthy.net/2010/12/14/has-rising-inequality-been-bad-for-the-poor/

      삭제
    2. 오 그 부분도 다음에 더 조사해 보면 좋겠네요! 이전소득이 증가했는지~ 앞으로의 포스팅... '불평등 시리즈'가 예상됩니다ㅎㅎ

      삭제
  3. 1분위 피셔지수로 평가한 실질소득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결론인가 보군요. 그런데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할때는 상대소득 격차가 더 커진다는 느낌으로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 만약 상대소득 격차 개념( Y부자/Y빈자) 이 있고, 상대소득격차를 시간으로 미분한 2계 도함수가 0보다 크다고 하면(즉, 상대소득격차가 확대되는 속도가 시간증가에 따라 빨라진다면) 절대적으로는 몰라도 빈익빈이라고 느끼기에는 충분할것 같네요 ㅎㅎ

    답글삭제
    답글
    1. 소득 격차 확대를 지수화하는 새로운 방법인 것 같네요. 2계 도함수를 구하려면 우선 원자료를 가지고 graph-fitting해서 근사 함수를 구하면 될까요?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