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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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8일 화요일

군 복무에 대한 사회적 보상에 대하여


(이 글은 최근 있었던 경연 멤버들의 복지에 대한 토론 자리를 위해 쓱싹쓱싹 쓴 것입니다.)

복지에 관한 발제를 ‘하루만에’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좀 고민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하우스푸어나 장애인보험에 대해 써 볼까 이리저리 찾다가, 결국 제가 평소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던 ‘군대’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 합니다.

군 복무 문제는 한국에서 태어난 남성들의 절대 다수가 한 번씩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정부 수립 이후 정상적인 병역법은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1953년에는 육,해, 공군 병 복무시 각각 36개월 복무토록 하였으며 몇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는 육군 21개월, 해 공군 각 24개월씩 복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가 군 복무할 때 (주로 야근이나 경계근무서면서) 자주 가졌던 의문은, 한국군은 60만 병력이고 대강 복무기간이 2년이니 연간 30만의 시민이며 유권자이기도 한 청년 남성들이 군대를 들락거린다는(입대-전역) 말인데 왜 이다지도 현역병이나 전역자에 대한 대우가 엉망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2년간 개인의 인적자본축적에 있어 강제적인 단절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저는 이에 대한 일정한 사회적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이는 사회적 복지제도의 틀 안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각주1)

군 복무가 전역 후 임금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현재 매우 적습니다.(각주2) 이는 제 생각으로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적었다는 점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서야 한국에서도 노동패널데이터, 청년패널데이터 등의 패널데이터들이 구축되고 여기서 기초적인 병역 복무에 관한 질문들 (복무 여부 및 복무 개월 수, 복무 시작 시점부터 종료 시점)을 묻기 시작하면서야 관련 연구들이 나오기 시작한 실정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그동안의 사회적 분위기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오랜 기간 군사독재정권 하에 있으면서 군에 관한 문제를 건드리는 것은 역린과 같아 금기시되어 왔습니다. 군 의문사 문제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모병제 등이 사회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 제 기억으로는 2000년대 중반의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계에서도 군 복무가 노동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데이터도 적을뿐더러 과거 암묵적으로 군 문제를 잘 다루지 않는 관성 때문에) 연구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각주3)

각주에서 언급한 기존 연구에 의하면 데이터를 민서 노동공급함수 (Mincerian Labor Supply Function)꼴로 실증 분석했을 때 군복무는 임금에 대해 전반적으로 양의 효과를 갖는다고 합니다. 윤여근(2011)에서는 직업군, 교육수준, 연령대 별 분석도 실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학력에서는 고졸 이하에 경우에만 통계적으로 유의했고 연령대별로는 청년층보다 장년층에서, 직업군은 주로 단순 노무 및 생산업종 종사자에 대해 더 높은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위 기존 연구를 토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사회에서 군 복무가 한 개인 (그리고 사회)의 생산성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작아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과거 1970~80년대에 군은 바깥 사회보다 높은 수준의 장비들과 여러 기술을 보유한 집단이었고 국내 노동시장의 산업화 정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전역자들이 군에서 배운 기술들을 사회에서 잘 써먹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각주4) 그러나 기존 연구가 보여주듯 사회의 산업수준이 고도화될수록 군에서 축적된 인적자본이 노동시장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작아질 것입니다. 이는 군의 여러 특성상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따라잡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매칭(Matching)의 문제입니다. 2년간 군 복무시 어떤 일을 맡느냐에 따라 인적자본이 축적될 수 도 있고 감소할 수 도 있으며 축적되는 인적자본의 종류도 다를 것입니다. 예컨대 똑같이 2년간 군복무를 한 사람이더라도 전투병으로, 행정병으로, 취사병으로, 어학병으로 복무한 이들이 축적하는 자본의 양과 종류는 크게 다를 것이라 봐야 합니다.(각주5) 또 이들이 노동시장에 나갔을 때 어떤 직업을 택하느냐에 따라서도 그 축적된 인적자본이 얼마나 활용될지가 달라질 것입니다. 취사병으로 복무한 사람이 식당 요리사가 되려 하는 것과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려 할 때 노동시장에서 군 복무가 미치는 영향이 같을 리 없습니다. 만약 인적자본 축적의 단절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겪는 불이익을 사회적으로 보상한다면 당연 후자를 전자보다 더 많이 보상해 줘야 하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군 복무자에 대한 보다 정교한 사회적 복지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군 복무 경험이 노동시장에서 어떤 효과를 갖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측정이 되어야 합니다. 좋은 정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사회현상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입대시점부터 전역 후 일정 기간까지 특정 개인들의 풀(pool)을 구성해 이들을 추적, 데이터를 구축하는 ‘군 복무자 패널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는 정책입안자 및 연구자들의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군인들은 입대하는 순간부터 군번이 부여가 되며 전역 후 7년 동안 예비군 훈련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에 입대하는 연인원 30만 중 2%인 6천명에 대해서만 군번을 토대로 임의표본추출(Random Sampling)을 해 입대부터 예비군 훈련 종료 까지 거의 10년을 추적한다면 매우 쉽게 패널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각주6)

이를 토대로 군에서의 복무 경험이 노동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가 이뤄진 이후에는 다양한 비율에 의한 노동시장 진입 후 ‘사후적(Ex post)’ 조세 감면/연금 혜택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기존의 군 가산점은 공공기관에 취업하려고 하는 이들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 장애인 뿐 아니라 다른 직종에 취업하는 군 복무 남성에 대해서도 차별적이었습니다. 위의 패널데이터를 토대로 군에서의 복무경험이 직종, 연령, 교육대 등에 따라 어떤 부호의 효과를 어느 정도로 갖는지 분석한 다음 이를 등급화 하여 구간별로 차등적인 조세/연금혜택이 주어져야 합니다. 

각주1)
그렇기 때문에 최근 논란이 되는 군 가산점 도입에 대해서는 저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각주2)
“군 복무 여부가 임금결정에 미치는 효과” (엄동욱, 2009, 응용통계연구)
“군 복무가 노동자 임금에 미친 영향” (윤여근, 2011, 서울대 경제학부 석사학위 논문)

각주3)
또한 반공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크게 받은 우리 사회에서 군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이 연구자에게 사회적 비난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하는 부담을 지우는 점도 있을 것이다.

각주4)
당시 군 지휘관들의 회고를 보면 군에서 기술학교를 세워 각종 건설, 기계 기술들을 제대 직전인 병사들에게 훈련시켰고 이들이 전역 후 국내/해외 산업 일선에서 큰 역할을 한 경험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는 이러한 기술에 대한 교육이 군 밖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할 뿐 아니라 이 기술들에 대해 사회가 요구하는 인적자본으로서의 역할도 예전만 같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각주5)
물론 취사병으로 복무하더라도 식칼 한 번 못잡아 보고 전역하는 예도 있긴 합니다만....

각주6)
군대 복무할 때에는 ‘명령’으로 조사에 응하도록 하고, 전역하고 나서는 군번을 토대로 예비군 훈련 올 때 마다 ‘선배님, 설문지 작성하고 가시면 30분 일찍 퇴소시켜드립니다’ 라고 하면 됩니다. 노동패널데이터 등 일반적인 패널데이터들이 매년 조사 대상자들의 변동을 추적하느라 많은 수고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할 때 이러한 패널데이터 구축은 그 노력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함.





댓글 9개:

  1.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군필자에 대한 보상이 터무니없이 적은 것은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이죠.

    그런데 군대에 감으로써 잃게 되는 연봉의 감소를 측정하려면 미필의 연봉 자료도 조사를 해야 하므로 예비군 훈련에서만 설문조사를 하면 안되겠네요.

    그리고 미필/군필의 여부도 아마 약간의 셀프-셀렉션 문제가 있을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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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리고 미필/군필의 차이는 군대를 갔다왔냐, 안갔다왔냐 여부 외에도 systematically 다른 점들이 있다는 것도 걱정이네요. 즉 미필은 군대를 안 다녀온 '동시에' 건강이 상당히 나쁘거나,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거나 하는 등의 차이가 있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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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네 MamboTango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체계적인 차이에 대해 언급하신 부분은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가 남는 문제에요.

    그런데 셀프셀렉션이 약간 있을 것 같다는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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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를테면 20대에서의 2년의 가치가 엄청나게 큰 사람은 미필판정을 받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알아보지 않을까(부정한 방법 포함)하는 우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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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군대 자체에서 어느정도 인적자본(혹은 배경)을 고려해서 보직이 배치되고 있지 않나요? 개인의 학력, 특기, 자격증 등을 고려하여 의무병, 행정병, 운전병 등을 배치한다고 들었는데.. 인적자본의 단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특성을 살린 보직배치를 더욱 엄격히 강화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본인이 원할 경우에는 다른 범위에 배치될 수 있도록 하구요. 다만 본인의 인적자본과 관계없이 군대에서 편하기 위해 '땡큐 보직' 으로 빠진 경우에는 굳이 보상을 해 줄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 어떻게 보면 취업에 필요한 인적자본에 가장 불리한 보직인 헌병, 전투병 등에 집중적으로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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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전반적인 차원의 논의에 있어서는 글 쓰신 분의 의견에 동의하는 방입니다. 다만, 저는 군복무의 경험이 임금에 있어서 지속적인 양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측면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군대라는 곳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처음으로 '조직문화'라는 것을 경험하는 (그것도 매우 혹독한 환경에서 경험하는) 공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였을 때, 이와 같은 부분은 분명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적으로도 회사에 취직한 사람들을 보면 군복무자가 미복무자보다 (남/녀 상관 없이) 회사 생활에 더 쉽게 적응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부분은 경제 활동의 중요한 단위인 기업(회사)가 사라지지 않는 한 분명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러한 부분이 임금이나 근속 년수에 있어서도 영향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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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추가적으로 패널 데이터 수집에 있어서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환경에서 유효한 대조군을 구축하는 것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체 건장한' 남성이면 무조건 군 복무를 하게 되어있고, 그렇기 때문에 군 복무자에 대한 데이터는 군별(육/해/공), 특기별, 계급별(사병/부사관/장교) 자료와 같이 원하는 자료들을 쉽게 수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군 면제자 혹은 보충역 근무자의 경우 대게 신체적인 문제점(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이 없는 수준일지라도)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군필자와 미필자 간의 임금 격차가 군 복무로 인한 것인지(군 복무의 영향으로 임금이 상승 혹은 하락했는지), 아니면 다른 영향에 의한 것인지(신체적 결함 등)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패널 데이터를 수집할 때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하고 통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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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동태 수업을 듣는 이가람입니다.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정말 우리나라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가 '군문제'인만큼 읽고 나름대로 고민해볼 만한 가치가 많은 글 같습니다. 군생활에 대해 '보상'을 주는 문제는 여차 잘못 적용되면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이 아직도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또 하나의 성차별로 적용될 여지가 분명히 있으니까요. 여성의 입장으로서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해 동의할 수 없었던 점도 있지만, 군대에 다녀오는 2년이란 시간이 남성들에게 얼마나 손실을 주는지는 저도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조세 감면이라든지 연금을 통한 보상이라는 글쓴이의 아이디어는 앞서말한 구직 기회에서의 불평등을 야기시키지 않을 만한 좋은 보상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보상금의 수준을 정하는 문제가 정말 쉽지는 않겠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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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동태적 거시 경제이론 수업을 듣는 학생입니다

    곧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입장에서 정말 흥미로운 글이였습니다.
    그러나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만큼 편향적으로 생각될 수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ㅠ
    사실 군대에서 얻을수 있는 인적자본의 축적이 과연 의미있는 정도로 큰가에 대해서 의문이 있습니다. 사실 경험자의 말을 들어보면 '군대에서는 생각을 안한다'라고 하는데 말인 즉은 군대에서는 시킨것만 반복적으로 하기 때문에 생각을 안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반복적인 생활 하에서 과연 인적자본의 축적이 의미있을 정도로 클 것인지가 의문이 있습니다. 또한 인적자본의 축적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도 의문이 듭니다. 언급하신것처럼 인적자본이 늘수도 있고 줄수도 있고, 또한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인적자본의 축적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것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과연 이것이 현실적인지는 아직 잘 몰라서 그렇지만 의문이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어떤 사후적인 보상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군대에서도 인적자본을 축적할 수 있겠금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군대에서의 인적자본의 축적은 한계가 있기때문에 사후적인 보상도 작게나마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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